유영상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이 모토유키 NTT도코모 사장.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이 모토유키 NTT도코모 사장. SK텔레콤 제공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가 KT와 ‘20년 동행’을 끝내고 SK텔레콤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 KT처럼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타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 관련 콘텐츠를 교환하고 6세대(6G) 통신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양국 메타버스 이용자가 서로 국경을 넘어 교류하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SK텔레콤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8일 이이 모토유키 NTT도코모 사장과 이 같은 내용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KT 떠난 자리 곧바로 챙긴 SKT

NTT도코모는 전통적으로 KT의 파트너였다. NTT도코모도 공기업이 민영화한 회사여서 KT와 성격이 비슷하다. 2005년 KTF에 지분 투자를 했고 지난 1월 지분 5.46%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신한은행에 넘길 때까지 국민연금에 이어 KT의 2대 주주였다.

이후 NTT도코모는 SK텔레콤과 급격히 가까워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사 고위 임원 간에 여러 차례 우호적 관계를 맺자는 의견이 오갔다”고 전했다. 9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위해 일본을 찾았을 때 관계가 좀 더 진전됐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도쿄 메타버스 연결

NTT도코모는 SK텔레콤의 메타버스와 OTT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7월 시작한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에서 가상 콘서트를 여는 등 콘텐츠를 확충해 누적 이용자가 1280만 명에 달한다. NTT도코모도 올 3월 확장현실(XR) 서비스 ‘XR월드’를 내놓고 메타버스 서비스를 담당하는 법인(NTT QONOQ)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두 회사는 서로의 메타버스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프랜드가 서울에서 중계하는 K팝 가수 콘서트의 360도 촬영본(볼류메트릭)을 NTT도코모 가입자가 볼 수 있고, NTT도코모가 제공하는 일본 오사카 체험을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는 식이다.

한류 드라마 日 진출 가속화

OTT 서비스도 서로의 채널을 통해 빠르게 세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운영하는 웨이브 내 콘텐츠를 NTT도코모를 통해 서비스하면 한류 전파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 SK텔레콤 측은 일본 내 한류 드라마 선호가 여전한 만큼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자체 OTT인 dTV를 시작했지만 아직 ‘대박’을 치지 못한 NTT도코모에도 나쁠 이유가 없다.

양사는 차세대 통신 기술도 함께 개발하기로 약속했다. 5세대(5G) 통신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5G 에볼루션 및 6G 주요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기술 표준도 함께 정립하기로 합의했다.

유 대표는 “NTT도코모와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통해 글로벌 ICT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이 NTT도코모 사장은 “양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최첨단 서비스로 많은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