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청진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청진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한국은 화석 연료를 100% 수입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동, 미국 등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기득권 국가에 비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수월합니다. 한국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오석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 전망과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1864년 프랑스의 산업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역사 깊은 은행으로 기업금융과 투자운용업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움직임에 발맞춰 파리 기후협약 이행을 위한 자체 정책을 만드는 등 녹색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최근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두한 ‘에너지 안보’ 위협에 대한 해법이 탄소중립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등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국산화로 볼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역시 소시에테 제네랄이 주목하는 녹색 전환 활동의 일부분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지난 5월 아시아 원전 바스켓을 구성하고 7월에는 글로벌 원전 바스켓을 구성해 ESG 섹터에 분류하는 등 원전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다만 그는 탄소중립이 구조적으로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탄소중립은 그린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밖에 없지만 그 누구도 노력하지 말자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은 비용이 늘어나도 후세까지 생각하면 결국엔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난이 닥쳐 석탄발전 등 탄소 다 배출 에너지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다 오른 상태에서 굳이 석탄을 선택할 이유도 없다”며 “독일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자체적으로 석탄을 생산하기 때문에 선택 폭이 작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런 점에서는 자유롭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새로 제시한 한국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향은 어느 정부든 거스를 수 없다”며 “전체적으로 목표를 유지하면서 상당히 많은 감축 목표가 발전 분야에 할당됐고 산업 목표는 정부도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산업 쪽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기술 등에서도 탄소중립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한국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신재생 발전 분야에서는 중국이 태양광 기술에서 앞서는 등 우위를 점한 상태이지만 한국의 경우 산업 분야, 특히 제조업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