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불이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거듭 전달하면서 해결 방안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런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한미 정상은 48초간 약식 만남을 가졌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5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사흘째인 이날 오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양국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당초 예정된 30분보다 20분을 넘겨 북핵과 한미 연합 방위 등 안보 현안과 IRA 등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뉴욕 환담을 빼고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후 6개월 만이다.

한미 정상은 IRA 개정 문제를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IRA에 관한 한미 간 채널이 긴밀하게 가동 중이며,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IRA 관련 미측의 진정성 있는 협의 의지를 확인해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직접 언급하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플레 감축법의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IRA 문제를 언급한 만큼 양국이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공간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양국 간 긴밀한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를 강조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은 미 중간 선거에서 상원 과반을 확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한 만큼 IRA 등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여유가 생겼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도서국 협력구상(PBP)’에도 공식 참여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한국의 인태 전략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반대’ 등 미국의 전략과 보폭을 맞추는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손녀가 조만간 결혼하는 데 대해 축하 인사를 전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전날 열린 만찬에서도 윤 대통령 부부와 바이든 대통령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