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소비수요 침체로 TV 시장에 10년 만에 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치며 각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설비투자가 움츠러든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내년 다시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국으로부터 패권을 빼앗아 온 액정표시장치(LCD) 패널뿐만 아니라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도 투자를 늘리며 시장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가 시작되면서 내년에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충칭에 위치한 BOE의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 /BOE

◇ 시장 한파에도 中 기업, 정부 등에 업고 설비투자 나서

21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 규모는 2022년 17조원에서 2023년 9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와중에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내년 모바일, IT용 패널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는 것이다.

티엔마는 6세대 모바일용 OLED, 8.6세대 LCD(IT 및 전장) 설비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 아이폰용 패널 공급을 두고 경쟁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CSOT도 8.6세대 LCD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며 BOE는 8.7세대 IT용 OLED 패널 생산설비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3분기에 약 1000만장의 모바일 OLED 패널을 출하하며 삼성디스플레이, BOE에 이어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한 비전옥스는 최근 6세대 라인인 V3에 관련 제품 연구·개발 목적으로 OLED 패널 수직 증착기를 발주하는 등 제품군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 강력한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인센티브를 부여해 클러스터 설립 경쟁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징진지지구와 상하이·쑤저우 등을 포함한 장강삼각주지구, 톈진·광저우를 비롯한 동남연해지구에 청두·충칭 등 중서부 지역까지 더해 총 네 개 지역이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지구로 꼽힌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통상 기업들은 보유한 현금이나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하지만 중국은 다르다”며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금액을 투입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돈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동관공장에서 한 직원이 노트북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中, OLED 원재료 이하 판가로 물량공세…”韓기업 설 곳 좁아진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중국 기업들의 LCD 시장 패권이 더 공고해지고,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OLED 분야에서도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LCD 패널 사업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OLED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전체적인 설비투자는 큰 폭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애플용 모바일 OLED 패널을 바탕으로 실적은 호조세를 보였지만, 점차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출하량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중국 기업들은 LCD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텃밭인 중소형 OLED 패널에서도 계속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기도 하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바일 OLED 패널은 성능 측면에서는 아직 한국산에 비해 부족하지만 사실상 원재료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와 같은 기업이 더 이상 중국 쪽으로는 공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가격에 물량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DSCC는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점유율이 지난해 53%에서 2025년 71%까지 연평균 11.9%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은 2017년만 해도 30% 초중반에 그쳤지만 2018년 40%로 치솟았고 지난해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