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역대급 엔저 효과에 10월 한국인 12만명 日 찾아
韓, 관광객 유치전략 못세우면 여행수지 더 악화될 우려
韓, 관광객 유치전략 못세우면 여행수지 더 악화될 우려

하네다 공항 내 관광안내센터 직원인 C씨는 외국인 입국 증가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월에 하루 평균 외국인 200~300명을 안내했다면 10월엔 500여 명, 이달엔 1000여 명으로 늘었다"며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한국 관광객이 하네다 공항을 사실상 점령했다. 기자의 귓가엔 한국 사람들 목소리가 쉴 새 없이 꽂혔다. 실제 지난달 일본 외국인 입국자 4명 중 1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는 등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된 데다 역대급 엔저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숫자(영주권자 입국 제외)는 전달의 2.4배인 49만8600명이었다. 지난달 방일 외국인 중 한국인이 12만2900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방일 외국인의 24.6%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5만3200명), 홍콩(3만6200명), 대만(3만5000명), 태국(3만4100명), 베트남(3만8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가뜩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여행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여행수지는 57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경상수지가 241억3000만달러 흑자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전체 해외 거래활동의 24%에 달하는 부분을 여행수지가 깎아먹은 것이다.
계속 치솟던 원화값이 최근 주춤한 가운데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들의 인바운드 수요를 더 확대하기 위한 유치 전략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에 밀려 우리나라의 관광 유치 전략 중 하나인 한류붐 연계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여행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국자 중 출장 목적인 사례도 적지 않다. 외식업체 직원인 D씨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고 나서 사내에서 일본 출장 수요가 꽤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탑승률도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김포~하네다 탑승률은 지난 9월 57%에서 지난달 81%로 껑충 뛰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나리타 노선 탑승률도 지난 9월 58%에서 11월에는 85%로 큰 폭 상승했다. 두 항공사는 다음달 일본 노선을 증편할 예정이다.
[도쿄/김규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