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장벽 30년…한국 사과, 세계서 가장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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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로 10kg 도매가, 1년새 3.5배 치솟아
검역 앞세운 비관세 장벽으로
외국사과 못들여와 공급 부족
美·獨 등 11개 나라 개방 요청
"빗장 풀면 농가 타격" 우려도
검역 앞세운 비관세 장벽으로
외국사과 못들여와 공급 부족
美·獨 등 11개 나라 개방 요청
"빗장 풀면 농가 타격" 우려도

◆급격히 치솟은 사과 가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사과(홍로) 10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3만934원으로 1년 전(2만8686원)보다 약 7.8% 올랐다. 추석 대목이 지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소비자 사이에선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높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홍로 10개 평균 소매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비싼 3만6139원이었다. 지난달에는 사과 한 개가 1만원에 달하기도 했다.ADVERTISEMENT

◆폐쇄적인 공급 구조
사과 가격을 안정화하려면 외국산 사과 수입을 막는 공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에 따라 사과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외국산 사과를 통해 과실파리 등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과 공급량은 매년 국내 농가의 작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국가에 한정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감(미국·일본·뉴질랜드), 감귤(미국·일본·뉴질랜드), 딸기(일본) 등과 대조적이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SPS 조치는 전형적인 비관세 장벽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가·도시별 물가를 비교하는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사과 1㎏ 소매 가격은 한국이 6.57달러로 가장 비쌌다. 한국에 사과 수입 허용을 요청한 미국은 5.33달러, 일본은 4.44달러, 독일은 2.52달러다.“사과 수입 빗장을 풀라”는 해외 국가의 요구는 쇄도하고 있다. 외국산 과일은 8단계(접수-착수 통보-예비위험평가-개별 병해충 위험 평가-위험관리 방안 평가-검역 요건 초안 작성-입안 예고-고시)로 구성된 검역당국의 수입위험분석(IRA)을 통과하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에 대한 IRA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진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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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국내 농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과거엔 미국산 사과가 한국 사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엔 품종 개량이 많이 돼 국내산이 밀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염정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전문연구원은 “자체 연구 결과 사과 수입을 개방하면 농업생산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면서도 "다만 국내산 선호도가 높다고 가정하면 피해 영향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