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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CT 기반 미래전쟁 … 방산 스타트업 투자 확 늘려야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입력 : 
2023-10-25 16: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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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전쟁에서부터
최근 이·하마스전쟁까지
AI· 드론 등 ICT기술 이용
美 방산 스타트업 투자액
3년새 2배 늘어 333억弗
민간기술 흡수해 전력화
K방산 스타트업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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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글로벌 안보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국방 예산과 무기 획득 예산이 크게 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 대부분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을 내년에 최소 2% 이상으로 증대할 계획이며 미국, 한국, 일본 모두 국방 예산을 최소 3% 이상 증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은 173억달러라는 역대 최고 성과를 내면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137억달러 규모 무기를 수출했고, 노르웨이, 칠레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정부는 방위산업을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올해는 20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 방산기업의 최대 경쟁력은 원가, 품질, 납기 역량으로 꼽힌다.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경우 경쟁국과 비교해 성능은 대등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이고, 구매 국가가 원하는 시기에 생산량을 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방산안보 국제 콘퍼런스에서 윌리엄 라플란테 미국 국방부 획득운영유지차관은 "안정적인 무기 생산역량이 전쟁 억지력의 핵심"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 방산기업의 생산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 방산기업의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 부품 국산화, 설비 고도화 등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가 지금 빛을 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 활용되는 미래 전쟁에서는 어떤 역량이 중요할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표면적으로 시가전, 포격전 등 재래식 전쟁의 양태를 띠고 있으나 동시에 미래 전쟁의 양태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드론, 저궤도 인공위성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군사적으로 사용되면서 언론에서는 알고리즘 전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인공위성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최전방 부대에 신속한 소통과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방산 스타트업 플래닛랩스, 블랙스카이, 맥사테크놀로지에서 생산한 위성 이미지는 우크라이나 군에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팰런티어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고담은 인공위성, 열 센서, 정찰 드론, 사회관계망서비스, 우크라이나 요원이 제공한 정보를 모두 데이터화해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공격 포인트와 공격 방법을 추천하는 AI 소프트웨어다. 우크라이나 군 공격의 대부분을 이 시스템이 책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 방산 스타트업이 개발한 첨단기술이 테스트되고 데이터 학습을 통해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하는 미국 방산 스타트업에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도 호응하고 있다. 2019년 160억달러였던 방산 스타트업 투자액이 작년에 333억달러까지 2배 증가했으며, 2027년까지 184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팰런티어, 호크아이360, 안두릴 인더스트리, 리벨리온 디펜스, 에프루스 등의 방산 스타트업이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이 방산 스타트업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국방부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혁신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는 것처럼 미래 전쟁에 성패를 결정하는 첨단기술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이중 사용(dual-use) 기술이다. 인공지능, 첨단통신, 자율주행 드론, 인공위성 등의 상업용 정보통신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업용 기술은 방위산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용자가 많고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르며, 적용 범위도 넓고 다양하다.

따라서 미국 국방부에서는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을 하는 것보다 민간의 기술을 모니터링하면서 신속하게 흡수 활용해 전력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패스트 폴로어 전략의 논리다. 방산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민간 기술을 방위산업에 적용하는 주도적 역할을 해서 미국 국방부는 방산 생태계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방부의 조직으로서 방산 테크 스타트업과 미국 국방부를 연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플 부사장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국방혁신단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이버, 에너지, 병력체계, 우주의 6개 분야에서 민간 기술을 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을 탐색하고 자금을 지원한다. 방산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군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안을 요청하고, 제안서를 제출한 스타트업을 90일 이내에 평가하고, 선정해 1~2년 이내에 시제품을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경쟁입찰 없이 국방부와 수의계약으로 후속 양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국방혁신단은 창설 이후 지난 7년간 민간 기업으로부터 5000건이 넘는 제안서를 접수하고 총 12억달러에 달하는 360건의 시제품 개발사업을 계약했으며, 총 52건의 후속 양산 사업을 체결했다. 특히 양산계약을 체결한 스타트업은 민간 자본 180억달러 이상을 유치했다고 한다. 국방혁신단의 초기 투자가 실리콘밸리의 전문 투자를 유치하는 마중물이 된 것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재래식 전쟁이 아직 우리의 현실이지만 미래의 전쟁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통적 무기체계는 안정적인 생산역량이 중요하다면, ICT 기반의 무기체계에서는 방산 스타트업 활성화와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전쟁 억지력의 핵심이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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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식 교수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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