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더 귀했는데…'K인삼' 산업, 위기 처한 이유가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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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삼'은 왜 세계화에 더딜까
![금보다 더 귀했는데…'K인삼' 산업, 위기 처한 이유가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01.35370627.1.jpg)
‘장희빈의 비단’은 숙종 이후 정조 때까지 약 150년간의 짧았던 조선 상업사(史)의 결과다. 인동 장씨 같은 역관 집단이 삼각 무역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고려 인삼’이다. 사행길에 오른 역관들은 ‘출장비’ 대신 인삼을 들고 청의 상인들과 사무역을 벌였다. 인삼을 팔아 비단을 사 오고, 비단을 일본에 되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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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 귀했던 인삼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인삼의 브랜드 파워는 상당하다. 베트남 상류층 사이에선 최대한 생김새가 사람(人)과 비슷한 한국산 삼(蔘)이 최고의 선물로 여겨진다. 아마존이나 아이허브에 들어가 보면 ‘Jin Seng(진셍, 인삼의 일본식 표기)’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건강보조식품이 무수히 많다.‘파르마톤(Pharmaton)’이라는 인삼 성분을 함유한 비타민 브랜드는 거대 제약사인 사노피 소유다. 호주의 SFI헬스는 ‘진셍’과 발음이 비슷한 ‘진사나(Ginsana)’라는 이름의 인삼 비타민 제품을 판매 중이다. 중국과 싱가포르도 그들의 토양에서 자란 인삼을 ‘세계화’하려고 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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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회사인 인삼공사, 사명에서 '公社'부터 빼야
수출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출액은 2억7000만달러(약 3500억원)에 그쳤다. 라면(11월 누적 8억710만달러)은 고사하고, 올해 1조원 수출액 돌파가 예상되는 김과 비교해도 형편없는 실적이다.국내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KGC인삼공사(이하 인삼공사)가 전 세계 40여 개국에 250여 가지 제품을 수출하는 등 끊임없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인삼의 쓴맛이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의 취향과 주력시장인 중국의 경기침체 탓에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중국, 대만, 미국, 일본에 있는 인삼공사 해외 법인은 지난해 27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5%(2022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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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삼이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건 인삼공사의 공이 크다.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전매청 직원과 인삼 상인들로 구성된 ‘삼종회수특공대’는 목숨을 걸고 북한군 점령지인 개풍군에 특파돼 인삼 종자를 확보했다. 누가 뭐라 해도 인삼공사는 인삼에 관한 한 세계 최고 권위를 갖고 있다.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7715건, 해외 1만2686건의 인삼 관련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인삼공사 산하 한국인삼연구원은 2016년에 세계 최초로 인삼 진세노사이드 성분 분석에 대한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연구 인력만 130여 명에 달한다. 구슬은 벌써 서말이다. 인삼공사가 사명부터 바꾸고, 혁신을 통해 세계로 성큼 나가길 기대해 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