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두 달 연속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과 고용이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 흐름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가 상승세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고, 공급망 불안 등의 불확실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2023년 12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및 고용 개선 흐름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올해 2월부터 경제 흐름을 ‘경기 둔화’라고 평가하다, 7월에는 ‘하방 위험 완화’, 지난 8월부터는 ‘경기 둔화 일부 완화’, 10월에는 ‘경기 점차 완화’ 등의 식으로 표현했다. 11월부터 둔화라는 표현을 제외하고 ‘회복 조짐’이라는 경기 흐름 개선 의미를 동향에 담았는데 이달에도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11월 수출은 자동차·선박·이차전지 수출 확대가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7.8% 늘어나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10월 제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2% 늘어나고, 반도체도 14.7%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11월 취업자는 작년 동월 대비 27만7000명 늘어 증가 폭이 전월보다 둔화했지만, 3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10월 소매판매는 한달 전보다 0.8% 줄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생산도 0.9% 감소 전환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두 지표 모두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넉 달째 하락하면서 소매판매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3.0% 늘었다. 백화점 매출액과 할인점 매출액은 각각 7.0%, 1.6% 증가하기도 했다.
이승한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지금까지는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소비가 경기 버팀목의 역할을 해왔다”라며 “작년이나 올해 초에 비해 소비가 더뎌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완만한 둔화 흐름’이라고 표현하며 둔화 속도가 종전보다 느려진다고 인식한 데서 사용한 ‘완만한’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상승 폭을 축소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에서 지난달 11월 3.3%를 기록했다. 다만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3.0%,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3.3%, 생활물가지수는 4.0% 상승했다.
지난달 중 금융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 종료 기대 등으로 국고채금리와 환율이 하락했고, 주가는 상승했다. 지난 10월 중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은 상승 폭을 축소했다. 전셋값은 상승 폭이 커졌다. 매매가격 전월 대비는 지난 9월 0.25%에서 10월 0.20%, 전셋값 전월 대비는 지난 9월 0.32%에서 10월 0.36%를 기록했다.
정부는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정보통신(IT) 업황 개선 기대와 글로벌 회복세 약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소지 등 불확실성도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등 민생안정에 최우선 역점을 두면서 대내외 리스크의 철저한 관리와 경제체질 개선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며 “수출 중심 경기 회복세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