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6대 첨단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자국 수출액 기준)이 4년 새 25%가량 감소했다. 제조 공장 등을 해외에 짓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6대 국가첨단전략산업 수출시장 점유율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6대 첨단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미래차(수소·전기차 등), 바이오, 로봇이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대만 등 6개국의 2018~2022년 각 산업 수출액 변화를 분석했다.

2022년 한국의 6대 첨단산업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6.5%로 분석됐다. 2018년(8.4%) 대비 25.5% 하락했다. 점유율 순위는 2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독일(2022년 2위·8.3%) 대만(3위·8.1%) 미국(4위·7.6%)에 모두 따라잡혔다. 중국(14.1%)은 1위 자리를 지켰고 일본(3.2%)도 6위를 유지했다.

한국의 산업별 점유율은 반도체(2018년 13%→2022년 9.4%), 2차전지(12.7%→7.6%), 로봇(9.7%→5.9%)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래차(7.2%→7%), 디스플레이(9.9%→10.3%), 바이오(0.7%→0.8%)는 점유율을 유지했다.

6대 첨단산업 중 수출 규모가 가장 큰 반도체 점유율 하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액은 4년간 8억달러가량 감소했다. 한국의 2022년 반도체 수출액은 1285억달러다. 나머지 5개 산업 수출액 합산(576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세계 반도체 수출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3644억달러에 달했다. 2018년(9924억달러) 대비 37% 늘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열린 덕분이다. 이에 따라 각종 반도체 수탁생산에 특화한 대만의 반도체 수출액이 2018~2022년 1000억달러 가까이 증가(1110억달러→2107억달러)했다. 대만의 점유율(11.2%→15.4%)도 대폭 높아졌다.

경총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 각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파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개발(R&D) 투자액의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