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중고차가 중앙아시아 2개 국가를 경유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수출된 한국산 중고차 70∼80%가량이 러시아 영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관계자들이 해외 수출을 위해 중고차를 탁송차량에 올리고 있는 모습. /뉴스1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카자흐스탄에는 중고차 1만3347대, 키르기스스탄에는 5만905대가 각각 수출됐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2021년만 해도 국산 중고차 수출 물량이 4000대밖에 되지 않았으나, 2022년 9388대로 두 배 늘더니 작년에 1만대를 넘어섰다. 키르기스스탄으로의 중고차 수출 역시 2021년 4490대에서 2022년 2만3112대를 기록한 뒤 작년에 5만대를 돌파했다. 키르기스스탄으로 중고차 수출 물량이 급증한 것은 카자흐스탄보다 관세가 더 낮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생산된 신차 일부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경유해 러시아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시작된 이후 두 나라로 신차 수출 대수 역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수출된 국산 완성차는 각각 2만9297대, 500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수출 물량 2만1336대, 189대와 비교해 각각 37.3%, 164.5%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수출 물량은 카자흐스탄 65.6%, 키르기스스탄은 700% 넘게 급증했다.    

러시아로의 국산 승용차 수출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정부는 작년 4월부터 수출 통제 대상을 ‘5만달러(약 6600만원)가 넘는 완성차’로 정한만큼 그 가격대 이하 차량 거래는 가능하다.     

앞서 산업부는 작년 12월 대러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을 5만달러 이상에서 배기량 2000㏄ 이상 중대형 승용차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 조치가 실제 이행되면 러시아에서 인기가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현대차(005380) 투싼과 싼타페, 기아(000270) 쏘렌토와 스포티지 등이 수출 금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정부 관련 부처는 해당 개정안의 이행 시점 등을 심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