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현지 진출 방법 등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문의해오곤 한다. 그때마다 이른바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 현상에 유의해줄 것을 당부한다. 이는 문화 콘텐츠가 해외 진출 지역의 문화코드를 사전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콘텐츠의 가치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가장 주의해야 하는 태국의 핵심 문화 코드 두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국왕’과 ‘불교’다. 태국에서 국왕을 지칭하는 ‘프라짜우유후아’는 ‘머리에 계신 신’이란 뜻. 여기에는 태국의 신왕(神王) 사상이 담겨 있다. 태국 국왕은 즉위와 동시에 ‘신의 화신’을 의미하는 ‘라마’라는 존칭을 부여받는다. 2017년 치러진 라마9세의 장례식과 2019년 거행된 라마10세의 대관식은 ‘신의 화신’인 태국 왕의 면모를 잘 보여준 행사다. 이 때문에 국왕이나 왕실과 관련된 소재를 다룰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현행법상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불교도 태국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태국인들의 윤리와 규범 잣대는 관습적으로 불법(佛法)이 기준이 된다. 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도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구도가 지배적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 선악의 대립구도 속에서 주인공을 괴롭혔던 빌런들의 최후는 대개 제거되거나, 출가해서 승려가 되거나, 업보가 되지 않도록 진심으로 서로를 용서하는 방식으로 결말을 맺는다. 승려도 태국에선 국민적 존경의 대상이다. 대중교통에는 승려를 위한 지정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피막프라카농’이라는 태국 영화에 등장하는 무능력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승려는 불교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태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스며 있는 불교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금단의 영역에 가깝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속담은 국가 간 문화 교류에 있어서도 겸손과 관용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황금률이다. ‘K콘텐츠’가 태국인들에게 계속 사랑받으려면 먼저 그들의 문화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